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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_MEGUSTASOL/일상

#107 외국에 사는 게 너무나 싫어지는 순간, 현재 스페인 외국인 관청 현황, 스타워즈 캐릭터 머그

by 정단 2020. 11. 10.

 

11월 5일

요즘 계속 비가 온다. 원래 마드리드가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 데가 아닌데, 요즘 계속 추적 추적 비가 온다. 한국처럼 우수수 쏟아지는 일은 거의 못 봤다. 하지만 웃긴 건 이렇게 추적추적 몇 일 동안 연속으로 온다고 해도 우리나라 장마 때보다도 강수량이 훨씬 적을 텐데 항상 잠기는 곳이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도 비 한번 쎄게 왔다고 몇 군데 지하철이 잠기는 사태가 발생을 해서 정말 콧웃음을 친 게 기억이 난다. 

아침에 외국인 관청 업무가 있는데, 평소보다 일을 덜 하게 될 테니 급하게 컴퓨터를 키고, 일을 시작했다. 아침은 안 먹을까 했는데, 일을 하다보니 배가 고파서 남자친구가 미리 끓여놓은 차에 우유를 넣어서 밀크티를 만들었고, 나중에 식빵에 소시지, 햄, 파프리카, 치즈를 얹어서 에어프라이어에 구워서 식빵피자를 만들어서 와구 와구 먹었다. 엄청 맛있다.

그리고 외국인 등록증 NIE가 만료가 되어서 연장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는데, 몇 달 전부터 들어가도 계속 예약이 되질 않더니 일주일 전쯤? 우연히 잡혔다. 11월 5일 13시로 예약을 하고, 조금 일찍 나가려고 하다가 12시10분에 준비를 마치고 급하게 나갔다. 관련해서 내야 하는 수수료가 있어서 은행 ATM기에서 냈는데, 영수증을 뽑아야 하는데, 왜 안 뽑히지... 그래도 카드 내역서 있으니까 괜찮겠지?? 설마...하는 마음으로 외국인 관청으로 향했다. 늦게 도착할까봐 엄청 뛰었다. 그랬더니 애플워치에서 밖에서 조깅하고 있냐고 상태를 바꾸겠냐고 그랬다. 아니 ㅎ... 하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외국인 관청은 Aluche역에 있는데 내가 스페인에서 제일 싫어하는 곳이다.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역시 13시가 넘어서 도착을 했다. 비도 오는데 늦어서 우산을 펼치고 엄청 뛰어서 갔다. 우산이 예전에 이브로쉐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건데 급해서 택도 떼지 않고 그냥 막 뛰었다. 사진의 노란 건물이 외국인 관청이다. 외국인 관청도 있지만, 저 곳에는 경찰서도 있다. 

갔는데, 이게 무슨... 밖에서 엄청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하는 업무는 지문을 찍고 외국인을 등록증을 뽑는 업무였어서 그에 맞는 줄을 섰다. 13시 15~20분 쯤에 도착했는데, 컨트롤을 지나서 내부에 진입한 게 14시 40분이 넘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14:30부터 15:00까지 문을 닫아야 하니까 옆에 있는 넓은 곳에서 기다리다가 그대로 오란다... 이게 진짜 무슨 소리야... 비도 오고 이렇게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계속 서 있으니 발이 엄청 덜덜 떨렸다. 추웠어...ㅜ 추웠는데 자꾸 기다리래. 

그리고 15:00 되었을 때 갔는데 사람들 새치기에 장난 아니다. 겨우 들어가서 여권 내고 서류 검사를 했다. 손도 추워서 서류를 잡는 것도 덜덜 떨면서 냈다. 그런데 아까 은행 ATM기에서 받지 못했던 영수증 하나 때문에 서류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응? 아무리 ATM기에서 결제했어도 카드로 결제한 영수증이 있고, 결제할 때도 내 신분증과 서류의 코드를 적어서 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담당자에게 나 뒤에서 2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이거 예약하는 것도 한참 걸렸다고 사정을 했는데도 안 해줬다. 담당자가 나중에는 그러지 말라길래 서류 처리를 해 줄려나? 했는데 집에 가란다... 진짜 이게 무슨 소리야... 나오는데 화도 나고 눈물도 났다. 외국인으로 사는 서러움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신분증이 만료되어서 예약잡고 가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 주는데 외국인이라고 안 해주는 게 너무 서러웠다. 심지어 수수료까지 다 내고 왔는데 영수증이나 도장하나 없다고 다시 돌려 보낸다니. 하... 

결국 집에 왔다.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고생했다고 하면서 그 사람들 욕을 해 주는데도 전혀 풀리지 않았다. 이날 우연히 남자친구가 시킨 스타워즈 머그컵 세트가 왔다. 귀여워서 찍긴 했는데, 정말 이 기분이 너무 오래갔다. 

좀 기분을 가라 앉히고, 은행에 전화를 해서 내가 낸 수수료의 코드와 내 신분증이 적힌 영수증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된다고 했다. 다행이다. 그리고 외국인 관청 예약을 계속 잡으려고 해도 가능한 예약이 없단다. ㅜ 언제쯤 이 개미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ㅜㅜ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건 정말 서러운 일이다. 똑같이 세금을 내고 일을 해도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적고, 신분증 하나 연장하는 것도 너무 오래 걸린다. 게다가 1년에 한 번씩 계속 연장을 해야 하니 이거 연장할 때마다 정말 스트레스다. 이런 업무를 할 때마다 나는 왜 남의 나라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백 번은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있으면 이런 거 없는데...ㅜㅜㅜ 진짜 짜증난다.

그래도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늦은 점심도 먹고, 남자친구는 도착한 머그에 커피도 먹었다. 아래의 사진은 오트 우유 거품을 낸 거다. 진짜 우유처럼 거품이 나지는 않지만 나쁘진 않은데? 커피를 마시면서 일을 했다.

일을 마무리하고, 운동도 하고 저녁도 먹었다. 뭔가 맛있는 게 먹고 싶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식빵 피자와 콘치즈 밖에 없었다 ㅎㅎ 그리고 저번에 친구들이 사 놓고 먹지 않은 감자도 꺼내서 먹었다. 콘치즈는 백종원 아저씨 레시피 대로 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자주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맥주가 집에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는... 그래도 집에 있던 띤또 데 베라노로 달래 주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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